담뱃가게의 주인은 가게를 넘긴다고 말하면서도 가게를 넘기지 않았다. 늦게까지도 불을 켜놓는 원룸들의 불빛이 다 꺼질 무렵, 내 담뱃갑에 담배는 동났고 나는 그 담뱃가게에 담배를 사려고 밖으로 나왔다. 낡은 가게들과 기껏해야 3층 남짓인 원룸 오피스텔만 있는 이 동네의 불들이 모두 꺼져 있었다. 마침 소나기가 거세게 떨어진터라 건물 사이의 골목들에는 물자국과 안개가 가득했고 단지 드문드문 나있는 가로등과 담뱃가게만 불이 켜져 있었다. 옆으로 미는 오래된 문 앞에 ‘담배’라고 적혀있는 그 담뱃가게는 안으로 들어가면 꽤 잘 정돈되어 있었다. 다만 그 구석으로 들어갈수록 어두컴컴했다. 와인바처럼 오른쪽으로 길게 늘어선 테이블의 끝자락으로 들어가면 주인이 불을 끄고 테블릿으로 영화를 보고 있었다. 그 구석, 그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