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앉아있는 나, 뭘 쓸지 고민하다가 섹스에 관해 쓸지, 철학에 관해 쓸지, 아니면 책에 관하여 쓸지-특히 다자이 오사무-, 그냥 가만히 앉아있다. 1리터가 넘는 커피를 빨았다가 잠시 놓는다. 빨대에 올라온 까만 아메리카노가 위로 올라왔다 내려가기를 반복한다. 뭐, 어느정도는 내가 내 침을 먹고있는 것이다.
섹스에 관해 쓸지를 고민할 때, 가장 먼저 떠올랐던 것은 섹스의 호의적인 관계성과 사회에서 나의 위치다. 정말로 섹스는 사회에서 나의 가치를 바꿀 수 있다. 그러나 점점 멀어져만 가는 것들을 붙잡을 순 없다. 섹스로 성장한다-이것은 정말 맞는 말이다. 동거로 하루 한 번 이상 반복되는 섹스는 정말로 나를 성장시킨다. 어떤 호르몬인지 모르겠지만 이 여자를 지켜야 한다는 것 말이다. 그러나 예전에 만났던 친구들 앞에서는 무너져내리고, 내가 처참한 사람 같고, 한심한 사람 같다. 충분한 섹스와 이어지지 않는 삶의 괴리는 나를 정말로 한심하게 만든다. 나는 침대 위에서만큼 강하지 않은 것이다. 프로이트와 다르게 그 괴리감에 오히려 자살 충동에 빠진다. 그래, 어디까지 적어야 할까. 어머니랑 섹스하는 꿈을 꾼 그때를 적어야 할까. 어머니가 자살했으면 좋겠을 때 꿨던 꿈이다. 어디까지 원할까. 읽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그러니까 내가 원하는 것이다. 나는 내 글이 어디까지 가기를 원하는가. 프로이트의 편지가 멀리 갔다가 되돌아오는 시간이다. 아이의 엄마는 아이를 잉태했는가? 아니면 허공이 잉태했는가?
허공에서 잉태했다. 나는 내 아이가 그 자궁 속에서 지르는 비명을 그 어머니한테서 들었다. 눈물이 나오지 않은 순간이었다. 원래 있던 가족이 죽는 순간과는 다른 순간이었다. 수술실 앞에서 모든 게 무너지고, 그 짧은 시간에 아이를 자르고 꺼내온 그들은 나를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어머니는 분노했고, 항상 울었다. 어디까지 무너질 수 있을까, 고민하던 답의 결론이 비슷하게나마 들린 순간이었다. 그 날은 비가 내렸다. 피가 흐르는 질에 생리대를 대러 편의점에 갔던 날이었다. 비를 다 맞으며, 뛰면서, 그렇게 생리대를 사 왔고, 그녀는 계속해서 울었다.
만원이 없었던 날이 생각난다. 그녀는 엄청난 통증에 병원까지 걸어가지 못했고, 택시비로 딱 만원 만이 필요했다. 그래서 모든 곳에 전화를 걸었다. 좁은 인간관계에서 그나마 내가 신뢰를 가졌기를 바라며. 그러나 아버지마저 만원조차 없다고 말했고, 사촌마저 만원이 없다고 말했다. ‘나는 돈 관계를 맺는 스타일이 아니야.’ 그녀는 1킬로미터를 걸어갔고, 나는 팔을 긋고 싶은 충동에 미칠 것 같았다. 그 만원이, 그 만원이 가족과 사촌 입장에선 원망스러웠던 것 같다. 어떻게 가족에게 돈을 빌릴 수 있냐느니, 니가 용돈을 얼마 받냐니. 사촌 누나는 모든 사람에게 그 만원 얘기를 한 것 같았다. 지난 추석은 지옥같은 날이었다. 그 만원 때문에 나는 정말 비참했다. 그들은 이유를 설명할 수 없지만 비난을 계속했고, 나는 다 감수했다. 내 정신병에 대한 비하, 아버지의 경제력에 대한 나의 비참함, 그러니까 그의 여동생은 할아버지 장례식 비용을-, 나의 철없음, 나의 외모에 대한 비하까지. 나의 이 어림.
나의 모든 것이 차례차례 자살하는 순간이었다. 난 그것을 내버려 뒀다. 사랑하는 사람만을 남기고 그만두기로 했다. 내가 역겹다면 가족이라도 내 곁에 있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했다. 거짓 공황장애로 정신병원에 거짓으로 입원하고 그 일반병실이 고통스러워서 도망쳐 나왔다는 그 가족이란 사람에게 내 폐쇄 병동의 삶을 말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만족스러웠다. 정신병원 따윈 아무것도 아니라는 그 사람에게 말이다. 니가 낫고자 한다면 그곳에 머물렀어야 한다는 사람에게 말이다. 간호사가 정신병자의 음경을- 간호사가 정신병자의 명치와 뺨을- 간호사가 내 몸을- 간호사가 담배를 치매 환자의 알몸에- 간호사가 면도날을-, 간호사가 담배를 통한 도박과 약, 섹스와 폭력이 가득한- //// 그래도 난 정말로 전혀 무섭지 않았다. 죽을 각오로 갔기 때문이다. 낫지 않아서 내려왔고, 약을 주지 않아서 나왔다. 그런데도 그 씨발련은-
그 만 원이 너무 미안하고 원망스럽다. 가족이 없다면 그렇게 했겠지만 나는 가족이 없는 사람이 아니기에. 그 만 원이. 그때 30분을 걸어 너무 자주자주 멈추면서 자기 배와 성기를 붙잡던 그 1키로미터를 간 그녀에게 너무 큰 죄를 지은 것 같다. 그런데 그들은 그 만원을 빌려달라는 말에 너무 서운했나 보다. 빌려주지도 않았지만, 그 빌려달라는 말이 너무 싫었나 보다. 그래서 그만 놓기로 한다. 그 인간에게 사과를 했다. 이제 그만 정말로 죽여버리고 싶으니까 내 인스타를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만 나랑 연을 끊었으면 좋겠다. 당신을 보는 것이 너무 고통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