썼던 글들은 연필처럼 뭉툭해지고 유치해져 계속 갈고닦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기에 깎아야 한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4B연필을 깎는 것과는 다르게 송곳처럼 만들어 누군가를 찔러 죽일 듯이 날카롭게. 그러나 글은 칼은 되지 못하고 심장 부근의 중요한 부분에서 닿지 못하고 바스라 진다. 그렇게 내 연필은 얼마나 많은 살점과 흑연을 쓰레기통에 버렸던가. 흑연은 아주 조심스럽게 쓸지 않으면 자국이 남는다. 손바닥에는 피가 아니라 까만 거스름이 온통 묻어있다. 글은 피처럼 뜨거운 것이 아니기에.
술, 담배, 커피, 약―늦은 잠과 눈이 떠진 시간에 보는 천장. 숙취처럼 쏟아내고 싶은 트라우마가 천장에 가볍게 떨리며 매달려있다. 6시로 맞춰진 시계―그러니까 내일 아침 일어나서 아르바이트를 가고, 청소―시체처럼 쌓인 먼지와 설거짓거리. 정녕 부정적인 것밖에 쓰지 못하는가. 그래서야 닿지 않는다. 유치해지고 또 유치해진다. 그러나 감상적인 것을 유치한 것으로 만든 사람은 누구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