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

공원 가운데(2021)

애매모호 2022. 9. 12. 13:45

그녀는 결국 아무런 저항 없이 나를 따라왔다. 나는 뒤를 돌아서 그녀를 쳐다보았다. “웃어봐”,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그녀가 먼저 했고 나는 입꼬리를 어색하게 올렸다. 그러자 그녀도 눈을 가늘게 뜨고 웃는 체를 하였다. 옆에 모텔이 보였지만 모텔로 들어가진 않았다. 우리들만의 방이 필요했다. “숲으로 들어갈까? 거기에 노숙자들이 지어놓은 컨테이너 집이 있지 않을까?” 산 앞에 있는 가까운 공원으로 들어가서 그 가운데를 지나갔다. 운동하고 있는 사람들, 산책하고 있는 사람들이 큰 원을 따라서 걷고 있었다. 우리가 걷고 있는 가운데로는 절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들어오세요!” 내가 크게 말하자 그들은 우리를 순간적으로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눈을 돌리고 하던 일을 했다. “우리도 곧 나갈 텐데” 그녀가 소곤거렸다. 우리는 산 쪽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산을 약간만 오르자 공원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공터 같은 곳이 보였다. 거기엔 정말로 컨테이너로 지어놓은 집이 있었다. 머리가 길고 모자를 쓴, 늙은 노숙자가 우리를 노려보았다. 그는 그 컨테이너 앞 돌 위에 앉아 있었다. “안녕하세요”―내가 말했다. 그는 우리를 그를 내쫓으려고 온 공무원인 것으로 아는 것 같았다. 그는 나의 눈을 피했고, 다시 흙바닥을 바라보았다. ‘여기서 사는 것도 오늘로 끝이구만’하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에게 다가가다가 발에 무언가 걸리는 것을 느꼈다. 작다란 돌덩이였다. 속으로 욕을 잠깐 했다가 그녀에게 그것을 주우라고 말했다. 그녀는 노숙자를 향해 다가가는 나를 따라왔다. “저기요” 그 노숙자는 갑자기 일어서서 뒤로 약간 물러선 상태에서 우리에게 “무슨 일이요”하고 물었다. 여자에게 고개를 돌리고 눈짓을 했다. 그녀는 돌을 건냈다. 노숙자는 갑자기 뒤를 돌아 도망치려고 했지만 늙은 그는 다리가 느렸다. 나는 그에게 달려가 그의 머리에 돌을 내리쳤다. 그가 쓰러졌다. 이상한 소리를 지르며 몸을 웅크렸다. 그는 손을 나에게 뻗었고 나는 그 손을 왼손으로 잡은 다음 오른손에 든 돌로 그의 머리를 다시 내리쳤다. 콰득 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는 경련하고 있었다. 다시 한번 머리를 쳤다. 경련이 멈췄다. 사람을 처음 죽여봤기 때문에 그가 죽었다고 확신하지 못했다. 근처에 작은 조약돌로 눈알을 파내려고 해 보았다. 눈알은 빠지지 않았지만 동공이 확실히 죽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우리는 컨테이너 박스로 들어갔다. 여자가 옷을 벗었고 우리는 섹스를 했다. 그녀의 귀를 심하게 물었고 그녀의 손톱은 나의 등가죽을 찢었다. 젖꼭지를 이빨로 뜯었다. 그녀는 비명소리를 질렀다. 뺨을 때렸다. 그녀는 울었다. 목을 졸랐다. 그녀는 옆에 있던 물건을 마구잡이로 잡았고 그것을 나에게 던질 뻔했다가 그것을 그만두었다. 목을 조르는 것으로는 쉽게 죽지 않았다. 무심코 들고 왔던 아까 그 돌을 다시 잡았다. 그녀의 머리를 쳤다. 단숨에 죽어서 약간 놀랐다. 성기를 빼냈다. 거품이 가득한 입에 손가락을 넣어서 혀를 끄집어내려고 해 보았다. 그것은 역시 쉽게 빠지지 않았다. 혀가 굉장히 길게 뽑아져 나오다가 어딘가에서 더는 나오지 않았다. 그것에 키스를 했다. 꽤 냄새가 심했다. 그것을 이로 잘라보려고 입안에 원래 보이던 혀 부분을 집어넣었다. 뒷부분을 잡고 그것을 떼어내려고 했지만 그것도 쉽지 않았다. 마침 작은 과도가 눈에 띄여서 그것을 나무로 된 책상 비슷한 곳에 대고 자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것은 마침내 잘렸다. 피가 많이 흐르진 않았다. 그것을 입 속에 넣고 혀로 굴리면서 이제 어떡해야 할지 생각했다. 공원으로 내려갔다. 하의는 검은색이라서 피가 잘 보이지 않았고 상의는 하얀 스웨터라 피가 엄청나게 묻어있었다. 얼굴에도 까끌한 느낌이 피가 많이 묻은 것처럼 생각되었다. 공원 가운데로 걸어갔다. 마침 내 가까이에서 달리고 있던 여자가 “아”하고 소리를 내더니 뒤로 돌아서 멀리 달아났다. 나는 공원 한가운데로 걸어갔다. 그 여자 외의 사람들은 내게 묻은 것이 피인지 다른 것인지, 아니면 원래 옷이 그런 것인지, 아니면 저기 있는 게 사람이 맞는지, 아니면 저기에 무언가 있는 게 맞는지 인식하지 못했다. 아까 도망갔던 여자는 휴대폰을 귀 옆에 들고 있었다. ‘경찰을 부르는 것일까?’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를 향해 소리쳤다. “들어오세요!” 그녀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이제야 제대로 공포의 소리를 질렀다. 그보다 크게 “들어오세요!” “들어오세요!”하고 소리를 질렀다. 아무도 그 속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그냥 누워버렸다. 자궁에 들어있는 태아처럼 몸을 웅크렸다. “들어와 보세요” 큰 소리가 나오지 않아 작은 소리로 내뱉었다. 아무도 듣지 못했을 것이다. 응급차인지 경찰차인지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그들은 왜 이제서야 여기로 들어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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