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지독한 나르시시즘에 빠져 자신의 살을 물어뜯다가 고통을 느끼고는 살이 반 정도만 붙어있는 손목을 늘어뜨린다. 이제 너의 그림을 그려보렴. 아이는 떨어질 듯한 팔을 아가리로 지탱하고 본 적 없는 천국의 그림을 그린다. 전할 수 없는 그림, 언어로는 전할 수 없는 그림이다. 이것을 불태워야 하겠노라고 아이는 말하고, 어제까지 안고 자던 곰 인형을 태운 그 자리에 A4용지를 떨어뜨리곤 라이터로 불을 붙인다. 아이의 동공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아이를 찍던 카메라들은 고개를 숙인다. 어젯밤에 추락하는 꿈을 꾸었어요, 키가 자랄 거야, 여기서 더 커지면 거인이 될 거에요, 원래 다 거인이 되어 간단다.
울지마렴. 아, 아이야 제발 울지마렴. 앞이 단단한 트럭이 치고 간 자국이 아이의 이마에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어떻게 하면 아이의 이마가 이렇게 터져버릴 수 있는 건지 아이의 어머니는 분노한다. 미간이 넓어지다 못해 깨져버린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어머니는 웃음을 참는다. 당연히 감을 시간이 없던 아이의 눈은 거의 튀어 나오다싶이 할 정도고 그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있다. 아이를 슬퍼할 명분을 어머니는 여기서 찾는다. 울지 말렴. 아, 아이야 제발 울지 말렴.
노래하지 못하게 된 인디 가수가 포크로 성대를 찌른다. 죽을 줄은 몰랐는데 죽게 되었다고 생각하면서 포크를 뽑으면 구멍이 뚫려 더 빨리 죽을 수 있음을 떠올린다. 애창곡의 후렴구 하나를 다 부를 수 있을 정도의 시간을 정리에 사용한다. 어차피 의미가 없었어, 라고 생각하고 곧 숨이 끊어진다. 오른쪽으로 넘어질 때 바닥과 직각으로 맞은 포크가 목을 뚫고 반대편까지 나온다. 바닥에 떨어뜨린 포크 때문에 죽은 인디 가수라며 큰 화제성을 몰고 다윈상에 등극 된다. 많은 사람들의 박수와 웃음을 얻는다. 포크는 ‘웃긴 물건 박물관’에 전시된다.
“정말이지 충격적인 시간이었어요.” 얼마 전 붙잡힌 연쇄살인범의 아내가 TV쇼에 나와서 말한다. MC는 흐르는 눈물을 보고선 티슈를 건네준다. 미친 듯이 울어대자 작가가 방송중단을 선언하고 카메라를 끄라고 말한다. 여자는 대기실로 들어가서 모자와 선글라스를 낀 남성과 진한 키스를 한다. 여자가 원피스를 벗자 온몸이 칼자국이다. ‘저는 예술을 사랑했어요.’ 갑자기 경찰들이 쳐들어오고 둘은 총에 맞아 죽는다. 영화가 끝난다. 유일한 관객인 중년의 남자가 침을 찍 뱉고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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